겨울철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살 사고, 욱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겨울철 정신건강은 날씨와 관계가 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홍경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최근 서울 거주 성인 남녀 552명을 대상으로 계절에 따른 정신건강을 측정한 결과 16.1%인 89명이 날씨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있거나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어느 특정 계절에 몸이 나른하거나 침울,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뇌기능 장애 일종이다. 계절성 기분장애 또는 계절성 감정장애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밤이 아주 길고 낮이 매우 짧은 극지방 겨울철에 흔하게 발생한다. 북극의 자기 집에서는 겨울마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겨울을 보내면 우울증을 보이지 않는다.
홍경수 교수는 "계절성 증상은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관절통 두통 위경련과 같은 신체 증상, 부정적 생각이나 자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계절성이 높은 여성들은 월경 주기에 따라 기분이 저하되는 월경전증후군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요즘과 같이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 직장인들은 점심식사 후 10분 정도 햇볕을 쬐면서 산책하면 계절성 기분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일한다. 이는 법정 근로시간으로 야근에 철야, 휴일 근무까지 합치면 실제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런데 회사에 가기 싫어서 일요일 저녁부터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뒤집는 힘'이라는 저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면 괴로워하지 말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기분이 전환된다"고 조언한다. 역발상을 하라는 얘기다.
매일 똑같은 길로 출근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발상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어제와 오늘의 햇살이 다르고 살갗에 와닿는 바람의 느낌도 다를 것이다. 매일 다른 것을 느끼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피곤에 절어 있고 출근길 발걸음이 납덩이처럼 무겁다면 햇살이고 바람이고 있는 것조차 모를 것이다.
따라서 우울하고 삶이 단조로움을 느낄 때는 기분 전환을 위해 출근을 이전과 다른 길로 해본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달라지면 뇌는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이전까지 입력돼 있던 정보체계가 새롭게 재정립되면서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줘 기분이 좋아진다.
점심 때는 회사 주변을 벗어나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새로운 주변 환경과 맛있는 음식이 주는 시각적·미각적 충격이 뇌를 긴장시킨다. 지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미칠 지경이라면 퇴근길에 심야 영화라도 한 편 보는 것도 기분 전환에 좋다. 두 시간쯤 신나게 영화에 몰입한 뒤 바라보는 세상은 이전과 달라 보일 것이다.
일을 하면서 주의집중이 안 되고, 꼭 졸린 것은 아닌데 뇌가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는 대뇌 전전두엽 부위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히스타민성 신경활성물질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한다. 우종민 교수는 "정신 피로가 쌓여 멍한 상태가 되면 과감히 역발성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직장인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아침 산책' '아침 체조'를 권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사이쇼 히로시 일본 조기기상 심신의학연구소장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방식은 '아침에 일어나고, 낮에 일하고, 저녁에 자는 것'"이라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생활리듬을 되찾고 우울증에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뇌는 체내 시계를 햇빛이나 사회생활 리듬에 맞추고 있는데, 체내 시계가 흐트러지면 우울증을 일으킨다"며 "이런 점에서 햇살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책은 2~3㎞ 코스를 정해놓고 그 코스를 따라 매일 걷는 것이 좋다. 이는 20~30분가량 걸리는 거리로 서두르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속도로 걸으면 초조감이나 불안감이 줄어든다. 특히 아침에 하는 산책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기분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한층 더 분비돼 마음이 편해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출해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화는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무엇보다 화는 건강에 좋지 않다. 화가 나면 뇌신경이 흥분하고 스트레스호르몬(코르티솔)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심장은 더 빨리 뛰고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진다. 이는 정상 반응이지만 화를 자주 내는 '분노 중독'에 빠진 사람은 신경계통이 남들과 다르게 변해 사소한 자극에도 교감신경계가 강한 흥분 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소화장애와 같은 질병을 겪게 된다. 즉 화를 자주 내면 일찍 죽는다. 뇌세포도 손상돼 뇌가 위축된다.
우종민 교수는 "건강과 바꿀 만큼 화를 낼 필요가 없다면 분노를 삭이고 용서해야 한다"며 "분노가 생기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이는 △이 상황이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가 △이 분노가 정당하고 의로운가 △화를 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방법인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등이다. 세 가지 질문을 자문해보고 답이 모두 "예"라면 화를 내도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흥, 웃기네"라고 비웃고 잊어버리는 게 바람직하다.